[신원하 교수] 교회, 자아가 아닌 하나님 이야기가 다시 중심 돼야
교회, 자아가 아닌 하나님 이야기가 다시 중심 돼야
신원하 교수, "한국 교회 위기는 도덕적 탁월성 부재"
한국복음주의신학회(회장 성주진 교수, 합신대)는 지난 10월 27일 서울 온누리교회 양재횃불성전에서 '한국 교회의 나아갈 길'이란 주제로 제60차 정기논문발표회를 개최했다. 이에 이날 발표된 주제 강연과 전체 주제발표(신원하, 한춘기 교수)를 중심으로 한국 교회가 위기라고 인식되고 있는 상황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살펴보았다.
현재 한국 교회가 심각한 위기 상황을 맞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신원하 교수(고려신학대학원, 기독교윤리학)는 한국 교회의 무기력과 위기의 핵심은 무엇보다 교회가 다른 집단이나 일반 사람들에 비해 윤리적 탁월성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본다. 우리 사회가 개신교회와 신자들에게 신뢰감이나 기대감, 종교단체로서 뭔가 다른 질서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신비감, 무엇보다 도덕적인 탁월성을 지니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이러한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 갈 수 있을 것인가?
신원하 교수는 '초월과 진리, 주변에서 다시 중심으로: 한국 교회의 위기의 본질 분석과 그 극복 방안을 위한 신학 윤리학적 연구'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한국 교회가 무기력한 원인은 기본적으로 교회의 도덕적 탁월성 부재에 있다. 따라서 위기 극복의 핵심적 관건은 윤리적 수월성(秀越性)을 제고하는 것'이라며 "교회의 윤리적 회복을 위해서 교회는 하나님과 그의 이야기 즉 진리에 대한 고백과 가르침이 교회의 중심으로 되돌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는 진리를 연구하고, 그것을 신앙고백으로 만들어 가르치고 전수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두어야 하고, 그리스도인들은 이 이야기 안에서 하나님과 세상에 대한 안목, 그리고 그리스도인의 비전과 성품을 형성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 한국 교회의 윤리적 비탁월성은 왜 일어날까? 이에 대해 신 교수는 교회가 세속화의 물결과 개인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현대 문화에 점점 동화되어가면서 거룩하신 하나님을 주변으로 밀어내고, 인간의 자아를 중심에 들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한다.
신 교수는 "교회가 세상 문화의 코드에 따라 변화하면서, 자신의 고유한 초월성의 근원인 하나님을 주변으로 밀어내고, 그에 관한 지식과 진리를 파편화시킴으로써 그 초월적인 것에서 오는 힘을 상실하게 되고, 초월성의 빛에서 사회와 자신의 삶을 바라보고 그에 따라 사는 것이 약화되어 교회는 점점 윤리적으로 소홀해지고 탁월성을 상실하게 되어 간 것이다. 교회 지도자의 부패와 윤리적 미숙함도 교회의 이런 현상을 부추기고, 사회적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만든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오늘날의 교회가 윤리적 탁월성의 결여라는 현상을 낳은 근본적인 원인은 뭘까? 신 교수에 따르면 현재 한국 교회의 모습은 신학이 교회의 중심에 자리 잡고 신자들의 삶과 교회를 이끄는 현상이 현저하게 퇴조돼 있다. 신앙 고백과 신학적 성찰이 교회의 주변부로 현저히 물러나 있다는 것. 이것은 한국 교회가 지난 30여 년 동안 현대문화와의 관계에서 문화에 조금씩 동화되어 간 결과라는 얘기다.
그에 의하면 현대문화의 성격들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자아를 중시하는 개인주의다. 현대문화 저변에 깔려 있는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에 따라 사람들은 점점 어떤 절대적인 것에서 연역하여 살아가려고 하기 보다는 자기에게 의미 있는 신념체계 내지는 종교를 선호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자아는 어떤 공동체나, 국가나, 절대자를 위해 살기보다는 자기가 스스로의 주인이 되어서, 자율적으로, 자기 삶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것이다.
이와 함께 한국 교회도 현대문화 수용적 목회 경향을 띠고 있다. 개인주의를 수용한 것이다. 한국 교회는 최근 사람들의 손상된 자아를 치유하고 낮아진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것에 비중을 두는 추세이다. 신 교수는 "목사들은 거룩하신 하나님, 하나님의 뜻과 기준, 거룩한 삶 등을 외치는 대언자요, 선지자로서의 역할보다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아의 상처를 치유해주는 일종의 전문가로서의 역할에 점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며 "이처럼 자존감 회복, 내면적 치유가 점점 목회의 중심으로 자리 잡으면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부름받은 교회, 거룩한 공동체, 성도의 삶을 통한 사회적 성화와 같은 주제는 점점 주변부로 밀려나게 된다"고 지적한다.
신 교수는 현대화 과정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게 세속화로 보고 있다. 세속화라는 용어는 사회 안에서의 종교의 위상이 약화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사회학적 개념이다. 세속화가 보이는 주요한 현상은 종교가 점점 사사화(私事化)되는 것이다. 세속화가 신학과 교회에 미치는 아주 중요하면서도 치명적인 영향은 뭘까? 교회와 신자들은 하나님과 세계와 인간 본성에 대한 보편적 진리에 의해 방향을 정하고 나아가기 보다는 문화적 그리고 개인적 상황에서 늘 변하는 것들에 더 영향을 받고 살아가게 될 수 있다는 것.
신 교수는 "현재 한국 교회가 도덕성과 덕을 상실해 가는 것도 하나님의 진리가 자신의 일상의 모든 영역의 삶에서도 규범이라는 인식이 약해지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현재 한국 개교회를 이끌어 가는 것은 진리나 신학보다는 오히려 실용적 지식이고 심리학"이라며 "현대화와 세속화의 영향을 받은 교회는 진리를 점점 사사화하고 주변화 시키고 그 자리에 다른 것을 채우며 신학이 파편화하고 약화됨으로 그 도덕적 수월성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최근 한국 교회의 무기력과 윤리적 영향력 감소는 상당 부분 교계 지도자와 목사들의 윤리적 미성숙과 비탁월성에 관련돼 있다. 교회 세습, 목사들의 성적 비행, 균형 읽은 편향된 정치 활동, 목사들의 말씀의 종으서의 자기 정체감 약화 등은 윤리적 탁월성을 사라지게 만드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신 교수는 교회의 윤리적 회복을 위한 대안으로 △하나님 이야기 다시 중심으로 회복하기: 신학의 회복을 통한 윤리적 탁월성 △현대문화와의 관계와 초월과 거룩을 강조하는 대응 양식 △하나님의 이야기를 통한 탁월한 성품의 공동체로서의 교회 구현 △목회자의 자질과 도덕성 제고: 절대적 개인주의와 구도자적 목회자를 제시했다.
신 교수는 "한국 개신교회는 기독교의 본질이 지닌 초월적인 능력을 신뢰하면서, 교회 안에서 사람들이 말씀과 기도를 통해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체험하고 하나님이 교회에 주신 은혜의 방편들을 통해 더욱 초월의 영역을 맛보게 하는 뱡향으로 목회방식을 바꾸어 현대문화에 대처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며 "교회가 성공과 권력을 추구하기 위한 힘과 활력을 다시 얻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자신을 비우고 성령으로 충만해져서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삶의 신비와 부요를 온전히 누리는 그런 공동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기한다.
그에 따르면 목사의 영적, 도덕적인 권위는 진리에 잠기고 그것을 확신 있게 전하는 것에 상당부분 달려 있다. 전문인의 기능보다는 더 철저히 자신을 구도자형 목회자로, 또한 말씀의 대언자로 세워나가는 일에 비중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목회자는 전문가, 경영가가 되는 것에 앞서 우선 그리스도의 성품을 닮아가기를 추구하는 구도적 제자가 돼야 한다.
이와 함께 신 교수는 "교회는 아무리 현대문화와 포스트모더니즘의 세력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하나님과 그 성경의 진리가 사람을 변화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능력을 지니고 있음을 확신해야 한다. 성경이 그것을 이미 증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학자들과 목사들은 교회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도록 하기 위해, 교회의 본질이 되는 진리를 교회의 중심에 자리 잡게 하고, 더 열심히 연구하고 가르치고 스스로 그것을 살아내며 성도들로 하여금 그 이야기 안에서 자라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이 하나님의 진리가 세상을 구원할 뿐 아니라 오늘도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확실히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독교보 2012년 11월 10일 "목회 · 학술" 이국희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