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석길 목사] 교회의 현주소
교회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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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웨일즈를 다녀왔다. 그 곳엔 교회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유명한 웨일즈의 부흥을 기념하는 모리아교회가 있다.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엔 그 교회가 굉장히 큰 교회인줄 알았는데 의외로 100여명 남짓 들어갈 만한 소담한 교회였다. 100년의 역사를 말해 주듯이 낡은 건물의 외벽은 빛바랜 대리석으로 붙여진 전형적인 영국 교회의 모습을 하고 있었고, 뒷마당에는 그 교회의 역사와 더불어 선교적인 삶을 살다간 영적 거인들의 묘비가 있었다. 모리아교회당을 들어서면 입구 좌측에는 부흥을 주도했던 이반 로버츠의 초상화가 그려진 돌 비석이 세워져 있다.
그는 가난한 광부의 아들로 태어나서 하나님의 은혜를 날마다 사모하던 젊은이였다. 그가 어느 날 부흥회에 참석해 ‘하나님이여 우리를 꺾으소서’라는 설교를 들으면서 강한 감동을 받아서 자신을 향한 기도의 제목으로 삼아서 매일처럼 ‘하나님이여 나를 꺾으소서’라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령이 강하게 임해서 말씀을 전하고 싶은 뜨거운 마음이 생겨났다. 그래서 그는 담임목사에게 부탁해 청년들에게 말씀을 전할 기회를 얻었고, 그가 전한 순수한 복음이 듣는 이로 하여금 은혜에 사로잡히게 됐고, 그 말씀을 들은 이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잊고 찬송하면서 회개의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루 이틀 일주일이나 이어지면서 소문을 들은 수많은 사람들이 교회로 몰려 왔으며 급기야는 교회당에 들어갈 수 없어서 길거리에서도 회개하는 놀라운 부흥이 임했다. 그 부흥의 불길로 인해 술집은 문을 닫게 되고, 교도소에도 더 이상의 죄수가 없어서 흰 깃발을 내어 걸었고, 법원에서는 판사들이 재판할 일이 없어졌다.
그 부흥의 불길로 인해서 수많은 젊은이들이 선교사로 헌신을 했다. 거기에서 한 시간쯤 되는 거리에 한국교회에 잘 알려진 토마스 선교사를 파송한 교회도 있었다. 역시 자그마한 교회였는데 이 작은 교회에서 어떻게 선교사를 파송했는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일이 불과 100년 전의 일이다. 그 때 부흥이 시작됐던 모리아교회에서 주일예배를 기대하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기대와는 다르게 실망이요 안타까움이요 일종의 억울함까지 들었다. 왜냐하면 그 교회는 더 이상 담임목사를 모실 형편이 못되어서 은퇴하신 목사님이 순회 설교자로 오셨다. 그 날, 주일 낮 예배에 참석한 인원은 11명, 그것도 4명은 런던에서 여행 온 교인들이었다. 한 때는 그렇게나 유명했던 교회기 7명의 성도라니… 그 중에 남자는 단 한명이었다. 예배의 순서는 목사인 내가 생각해도 답답했다. 찬송, 교독문, 설교의 흐름이 그랬다. 내용을 떠나서 이런 흐름들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불신자가 이 자리에 초대돼 온다면 ‘교회당의 구조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라는 우울함을 떨쳐 버릴 수 없었다.
최근에 겪은 일이다. 유학중인 청년이 방학을 맞아서 교회를 찾아왔는데 상담 중에 귀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 날 저녁, 기독교를 반대하는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귀신을 쫒아내는 영적전투에 돌입했다. 밤 9시에 시작을 했는데, 이놈의 귀신이 밤 12시가 넘어설 즈음에 발악을 하면서 기가 막힌 말을 한다. 귀신이 한 말이니까 다 믿을 것은 못되지만 자신의 이름은 사무라이라고 하면서 “여기는 고신이잖아! 고신이라고 해서 찾아 왔는데 왜 이렇게 괴롭혀!” “야, 이놈아 고신이 어떤 곳인데?” “고신은 말씀만을 중요시 여기며 조용하게 예배하잖아…그래서 귀신을 쫒아내는 일에는 관심을 안 가지는데 고신이 이렇게 하면 안 되지!” 헐, 웃음이 나왔다. “고신은 귀신을 안쫒아낸다고? 이 더러운 귀신아…” 그렇게 호통을 치는 중에, 귀신이 넘어졌다가 일어나고, 조용했다가 다시 소리를 지르고 그러기를 여러 차례 반복을 하다가 새벽 3시가 넘어서야 항복을 받았다. 그날 밤, 고신을 우습게 보는 귀신을 대하면서 다시 한 번 생각을 다 잡았다.
교회의 현주소가 어디인가? 역사를 자랑하던 교회에서의 참담함과, 오늘날 귀신조차 우습게보고 있구나 싶어서 서글퍼졌다. 교회는 무엇을 개혁해야 하는가? 박물관과 같은 영국교회를 뒤따르면서 선배들의 순결한 삶과 순교자를 자랑하는 모리아교회처럼 우리의 과거는 이러했다고 자랑만 할 것인가? 오늘도 칼날에서 불이 튀는 영적전투의 현장에서 교회가 살아있음을 어떻게 보여 줄 것인가를 묻고 싶다. 귀신을 만나서 사투를 벌일 때 마다 신학교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생각해 본다. 이런 일이 있을 때에는 이렇게 하라고 가르쳐 준 스승들이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은 내가 둔해서일까? 교회는 개혁되어야 한다. 건물에서도, 신학에서도…
천석길 목사/구미남교회 ksnews@cho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