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 반대운동, 단호하되 과격하지 말아야
2013.11.15 16:49 입력
지난 10월 30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WCC 회의가 개최됐다. 이에 따라 합동 측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대 집회도 덩달아서 개최됐다.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을 보면 WCC로 인해 한국 장로교회가 3번째로 분열된 이후로 아무 것도 발전된 것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찬성하는 쪽은 반대하는 자들의 의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길을 가고 있으며, 반대하는 쪽 역시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교회 연합을 위한 모임인 WCC가 한국에서는 교회 분열의 핵심에 위치해 있다. 이번 대회로 인해 한국교회의 분열의 상처는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단호한 반대
WCC에 공식적인 신학이 없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WCC는 그 특성상 다원주의를 포용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말씀과 교리 안에서의 하나 됨을 추구하기 보다는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혼합주의’를 추구하고 있다. 그 결과 일치 자체가 하나의 목적이 돼 버렸다. 하나라는 구호 아래 온갖 비성경적인 요소들이 들어오게 됐고 이것들은 신앙이 어린 성도들에게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어떤 이들은 이런 모임에 적극적으로 뛰어 들어서 우리의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현실과 교회 역사에 무지한 순진한 발상이다.
WCC는 다른 것은 다 용납하면서도 유독 정통적 개혁신앙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배타적인 태도를 일관성 있게 취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흐름은 오히려 더욱 강화되고 있으며, 변할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교회 지도자들은 WCC가 추구하고 있는 정신을 정확하게 파악해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성을 성도들이 잘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과도한 비난은 삼가야
WCC 안에 있는 위험한 신학적 요소에 대해서 우리는 단호하게 반대해야 하지만 그들에게 과도한 비난을 퍼붓는 것은 삼가야 한다. 반대 운동을 하다보면 흥분하게 되고 흥분하게 되면 험한 말을 쉽게 내뱉게 된다. 심지어 ‘사탄’이나 ‘적그리스도’와 같은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하면서 WCC를 공격하는 경우도 보게 되는데, 이러한 과도한 비난들은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얻기 쉽지 않다. 오히려 반대운동을 일반인들에게 설득하는 일에 방해가 될 뿐이다.
WCC를 유난히 반대하면서 적개심을 선동하는 이들 중에 적지 않은 이들이 자신의 부도덕함을 감추려고 하거나 자신의 정치적인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WCC 반대 운동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은 WCC에 반대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일부 극단적 세력들이 반대 운동의 방향을 과격하게 끌고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WCC를 반대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장외집회가 최선의 선택인가도 고려해 봐야 한다. 적어도 불신자들 눈에는 이런 집회가 기독교인들이 서로 싸우는 것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전도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교회를 세우는 일에 방해가 될 뿐이다.
반대 운동을 하면서도 교회의 유익을 추구하는 것이 지혜로운 결정일 것이다. 반대 운동에 성공하더라도(적어도 WCC 대회 개최를 무산시키는 것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교회 전체가 손해를 당한다면 그것이 도대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WCC는 적어도 겉으로는 교회 일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 점에서 보수 교단들은 스스로 자성할 필요가 있다.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합동교단의 경우를 보자. 그동안 짧은 역사를 볼 때 합동교단은 한국교회사에서 교회 분열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런 분열을 치유할 노력조차 하고 있지 않다. 남의 들보를 빼기 전에 자신의 티를 먼저 제거하는 것이 주님의 제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상대방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WCC 대회를 계기로 대안적인 성경적 교회 일치 운동이 일어나야 할 것이다. 진정한 교회 연합은 신앙고백의 일치에서 시작돼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방식은 겸손과 온유함이어야 한다.
우리 고신교단은 진리운동을 외면하는 분리주의자들에 의해서 분리주의자라는 비판을 들어 왔다. 그러한 비난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 주는 방법은 교회 일치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분열된 한국교회를 치유하는 일에 앞장서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진리 운동 보다 더 힘든 일이 교회 일치 운동이다. 진리 운동은 우리끼리 스스로 뭉쳐 회개하고 진리를 외치면 가능한 일이지만, 교회 일치 운동은 진리 안에서 겸손하게 우리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형제들과 하나 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우리 안에 있는 분열의 요소를 먼저 제거하고, 진리 안에서 우리와 신앙고백을 같이 하는 교회들과 하나 되는 운동에 힘써서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을 지키는 고신교단이 돼야 할 것이다.
기독교보 ksnews@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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